(기고) 김달진미술연구소 컬럼

우리나라는 여름철만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다름 아닌 태풍과 장마다. 특히 6, 7월에는 많은 양의 비가 장기간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대기중에 습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곰팡이다. 곰팡이가 발육하는데에 수분ㆍ온도ㆍ영양물질ㆍ산소등이 필요하며 발생의 최적조건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온도 25℃~32℃, 습도 75%~100%이다. 곰팡이는 퀴퀴한 냄새로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귀중한 미술품의 열화와 변색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춘하추동의 계절을 가진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은 미술품 보존에 있어 크나큰 장애요소가 된다. 특히 고온다습의 하절기는 미술품에 매우 가혹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때는 미술품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습도는 미술품의 재질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고 있으며 고습에 의해서 노화속도가 촉진되고 기계적ㆍ물리적ㆍ화학적인 반응에 의해 가수분해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보통단계의 습한 상태에서 급건조할 경우에 잘 발생하는데 미술품 재질중 지류, 섬유류, 목공예류(목조각)등은 습도변화에 특히 민감하여 자극을 받기 쉬우므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관리소홀로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로 놓여져 있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먼지 한번 제거 하지 않은채 벽에 걸려 있거나 통풍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석에 놓여 있거나 심지어 어둡고 냄새 나는 지하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한 관공서, 기업, 은행, 병원 등 빌딩의 로비나 사무실, 식당,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많은 작품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운 여름철의 냉방가동과 관련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과 퇴근후의 아무도 없는 시간의 온ㆍ습도 차이로 인해 작품에 이상이 있어 상태를 의뢰하는 경우를 종종 받곤한다.

수분은 공기 중에 항상 존재하고 모든 미술품에도 존재하고 있다. 공기의 상태가 평형의 정상상태이면 고체물내의 수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공기에 열기가 있다든가 혹은 건조한 공기와 교환되면 물품은 건조되기 시작하며 반대로 냉각하든지 습기 찬 공기가 들어가면 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수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금속류와 수분의 방출이 용이한 도자기류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지류, 섬유류, 목공예류(목조각) 미술품은 매우 흡수성이 강하여 수분을 흡수하든지 방출할 때에 상당한 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면 재질별 체적 변화로 나타나는 증상을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지류는 퇴색과 노화현상의 피해다. 원인은 공기중의 오염성분이나 습기ㆍ햇빛에 노출된 공기중의 산소가 광선 또는 습도 높은 온도에 의하여 노화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습도 환경상태에서는 종이의 성분인 셀룰로오스와 배접에 이용한 젤라틴성 풀을 영양분으로 하여 미생물에 의한 충해의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 둘째 섬유류 유화인 경우 화면을 떠 받히고 있는 목틀이나 캔버스가 온ㆍ습도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여 신축을 되풀이 하면서 뒤틀리거나 물감층의 균열, 박락 등 구조적 열화증상을 보이게 된다. 셋째 목공예류(목조각)는 목공예(목조각)와 칠공예로 나누어진다. 목재는 습도가 높으면 벌레의 침식을 받게되고 특히 아교ㆍ풀을 이용한 접착이 떨어질 위험이 많다. 칠은 고습도가 최적이라 생각되나 극도의 고습에서는 곰팡이의 발생이 염려된다. 높은 습도에 금속류(조각, 공예)도 피해를 입는다. 부식이다. 대체로 70% 이상의 습도에서 두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또 주변의 급변한 온도변화에 의해 결로 현상(습기가 차는 현상)을 일으킨다. 도자기류는 재질면에서 다른 것과 달리 가장 안전하며 어느 정도 가열하여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온ㆍ습도 변화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상으로 장마철의 적절치 못한 온ㆍ습도에 의해 다양한 재질의 미술품이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해 간략히 서술했다. 그러면 이러한 미술품의 나쁜 상태의 진행을 하루 속히 멈추게 하고 좋은 상태로 전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즉시 놓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 미술품의 상태를 살핀다. 미술품 보존은 미술품을 구성하는 물질성과 주변환경에 의해 결정되므로 온ㆍ습도 등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미술품 보존에 알맞은 온ㆍ습도로 주위 환경을 맞추는 일이 급선무이다. 미술품은 재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온도는 18℃내외, 습도는 55%~60%가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급격한 변화나 지나친 건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술품은 장소에 따라 환경에 숙달되어 있으므로 장소를 이동할 때는 최소한 서서히 변화를 주며 새로운 환경조건에 어느 정도 맞춘 후 운반 이동하는 것이 좋다.

우선 우리가 가정에서 혹은 직장에서 경제적으로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미술품이 놓여 있는 곳에 제습기를 설치해 습도를 최소하게 하거나 선풍기를 좌우로 움직이게 하여 환기가 이루어 지게 하거나 에어컨디셔너를 가동해 어느 정도 제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직사광선을 피하고 밝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으로 이동하여 2~3일정도 습기가 제거되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난후 깨끗하고 부드러운 솔을 사용해 가볍게 먼지, 오염물질,곰팡이 등을 털어준다. 미술품이 놓여 있던 곳의 환경도 점검하여 먼지를 제거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미술품도 유기질로 되어 있는 생명체이므로 손상된 부위가 발견될 경우 작품의 진단은 미술품 보존처리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정확한 검진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하여 늘 우리 곁에 있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의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 예술품으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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